씹을 때 아프다는 증상 하나로 5가지 다른 원인이 숨어 있습니다. 원인에 따라 접근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먼저 어떤 패턴인지 짚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금니 씹을 때 통증이 생겼을 때 환자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아, 이 치아 충치인가요?”
충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씹을 때 아프다”는 증상이 실은 다섯 가지 원인에서 나타납니다. 어느 원인인지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각 원인이 어떻게 다른지, 환자분이 스스로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는 단서를 정리합니다.

어금니 씹을 때 통증, 5가지 원인
“씹으면 아프다”는 증상은 다섯 원인에서 공통으로 나타납니다. 통증 패턴·냉온 반응·타진 반응을 조합하면 원인을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습니다.
| 원인 | 통증 양상 | 냉온 반응 | 타진 반응 | 자가 단서 |
|---|---|---|---|---|
| 충치(깊은 우식) | 씹을 때 + 단것·냉온 자극 시 | 냉자극에 예민, 5~10초 내 소실 | 경미 또는 없음 | 눈에 보이는 검은 부위, 구멍 |
| 치아 균열(CTS) | 특정 방향으로 씹을 때 찌릿 | 냉자극 반응 있음 (가역 단계) | 균열 교두에 예민 | 씹었다 뗄 때 찌릿 |
| 비가역적 치수염 | 씹을 때 + 자발통 가능 | 냉자극 10초+ 지속 | 있음 | 밤에 저절로 쑤심 |
| 치근단 농양 | 씹을 때 극심, 이가 솟은 느낌 | 냉온 반응 소실(치수 괴사) | 수직 타진 극도 예민 | 잇몸 부음, 얼굴 붓기 |
| 치주 문제 | 씹을 때 + 치아 흔들림 | 대체로 정상 | 측방 타진 예민 | 치아 흔들리는 느낌 |
이 표를 통해 자가 판단의 방향을 잡되, 정확한 원인은 진단 과정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충치가 원인인 경우
가장 흔히 떠올리는 원인입니다. 10대·20대에서는 씹을 때 통증의 주원인이 충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충치가 깊어져 신경에 가까워지면 씹을 때 불편하고, 단것이나 찬 음식에 예민해집니다. 냉자극을 줬을 때 잠깐 아프다가 5~10초 안에 사라진다면 아직 신경에 직접 영향이 없는 단계입니다.
충치 치료(인레이·크라운) 후에도 씹을 때 통증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럴 때 먼저 교합을 확인합니다. 교합에 이상이 없는데도 통증이 있다면 치수(신경) 쪽 문제를 검토합니다. 냉온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간 경과에 따라 증상이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며 판단합니다.
치아 균열(CTS)이 원인인 경우 | 씹었다 뗄 때 찌릿한 이유
임상에서 40대 이후 환자분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원인입니다. 어금니 균열은 충치·치주질환에 이어 치아 상실의 세 번째 주요 원인으로, 미국 근관치료학회(AAE)가 공식 발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X-ray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14,346개 어금니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31.4%에 균열이 발견됐고, 그중 증상이 있는 것은 41%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증상 없이 균열이 진행 중이었습니다(PMC8461499).
씹었다 뗄 때 찌릿한 통증(rebound pain)의 의미
크랙(균열)이 있는 치아의 특징적인 신호는 씹었다가 손을 뗄 때 찌릿한 통증입니다. 씹을 때 균열 부위의 신경이 압박받고, 압박이 해제되는 순간 통증이 급증하는 메커니즘입니다(PMC12234462, Frontiers in Oral Health 2025).
저는 이 신호를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씹는 동안만 아픈 것이 아니라, 씹었다가 뗄 때 찌릿한 느낌이 따로 있는지를 확인하면 크랙 여부의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X-ray에 안 보이는 균열, 어떻게 진단하나
세 가지 방법을 조합합니다.
첫째, 바이트스틱 검사. 각 교두(치아 봉우리)별로 씹어보게 해서 아픈 위치를 좁혀 균열 방향을 찾습니다. 둘째, PDL widening 소견. 치주인대강이 방사선 사진상 넓어 보이는 소견도 참고합니다. 셋째, 큐레이펜(QLF, 광형광 진단). 육안이나 X-ray에 잡히지 않는 균열을 광형광으로 확인합니다. 큐레이펜은 치아 균열 진단 민감도가 0.85 수준으로 확인됩니다(PMC7959286, Sensors 2021).

균열 패턴으로 보는 자가 단서
저는 씹을 때마다 아프다면 심한 균열 또는 치주 문제를 먼저 생각합니다. 반면 평소에는 괜찮다가 어쩌다 잘못 씹으면 시큰하다면 크랙 가능성을 높게 판단합니다.
균열 유병률은 45~54세에 가장 높고, 하악 1번 어금니(40%), 하악 2번 어금니(35%) 순으로 많이 나타납니다. 치아 마모가 많은 분들은 크랙이 생기기 쉽습니다. 저는 마모나 파절이 많은 환자분께 미리 설명합니다. 씹다가 한번씩 찌릿하다면 그냥 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비가역적 치수염이 원인인 경우
어금니 씹을 때 통증이 자발통과 함께 나타난다면 비가역적 치수염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충치가 더 진행되거나 크랙이 깊어지면 신경(치수)까지 감염됩니다. 이 상태가 비가역적 치수염이고, 신경치료가 필요한 단계입니다.
비가역적 치수염은 응급 치과 방문의 가장 흔한 이유이며, 통증 강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8 수준으로 보고됩니다(Nature British Dental Journal 2025).
가역과 비가역의 분기점, 냉자극 10초 기준
냉자극(얼음, 찬물)에 대한 통증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냉자극 후 통증이 10초 이상(종종 30초 이상) 지속된다면 비가역적 치수염으로 분류합니다. 이것이 미국 근관치료학회(AAE)의 진단 기준입니다(AAE Endodontic Diagnosis 2013).
반대로 냉자극에 잠깐 예민하다가 5~10초 안에 사라진다면 가역적 단계일 가능성이 있고, 신경치료 없이 경과를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자발통(아무것도 안 했는데 저절로 쑤심), 특히 밤에 심해지는 통증은 비가역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로 판단해야 합니다.
치근단 농양이 원인인 경우
치수 감염이 뿌리 끝까지 퍼지면 치근단 농양이 됩니다. 세계 성인의 약 52%가 한 개 이상의 치아에서 치근단 치주염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StatPearls NBK589656).
치근단 농양의 특징은 수직 타진(치아를 위에서 두드릴 때) 시 극도로 아프고, 치아가 솟은 느낌이 납니다. 냉온 반응은 오히려 소실되는데, 이는 치수가 이미 괴사했기 때문입니다. 잇몸이나 뺨이 붓고, 드물게 얼굴 전체가 부을 수 있습니다.
치주 농양과의 차이는 측방 타진 반응과 잇몸 변연 근처 부종 유무로 구분합니다(StatPearls NBK560625).
치주 문제가 원인인 경우
치아 주변 잇몸과 뼈가 손상된 경우에도 씹을 때 통증이 나타납니다. 40대 이후에서는 크랙 다음으로 많은 원인입니다.
치주 문제는 치아가 흔들리는 느낌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흔들림이 동반되면 치주일 가능성을 먼저 생각합니다. 교합 외상(과도한 씹는 힘)도 씹을 때 통증을 만들 수 있고, 이 경우 냉온 반응은 정상이며 X-ray에서 치주인대강이 넓어 보이는 소견이 나타납니다(Journal of Periodontology 2018).
어금니 씹을 때 통증, 즉시 내원해야 하는 신호 4가지
아래 상황은 지켜보다가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해당된다면 그날 내원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얼굴이나 뺨이 붓는다. 감염이 퍼지는 신호입니다.
- 발열이 있다. 전신 감염 가능성입니다.
- 삼키기가 불편하다. 염증이 목 방향으로 퍼지는 경우로 응급 상황에 가깝습니다.
-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개구 제한도 감염 확산 신호입니다.
통증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아프긴 한데 어제보다 오늘 조금 나아졌다면 당장 응급은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점점 더 아파지고 있다면 그것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